"처음 이 원고를 썼던 1979~80년, 난 잃을게 별로없는 30대 초반의 초보 세마학자scientist였다."
늘 그렇지만 부러운 일이다. 저 나이에는 모두 자신감이 넘쳤지만, 해낸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잘했다. 프란스 드발 Frans De Waal(~2024)은 영장류 동물학자다. 드발이 1982년에 쓴책을 우리나라는 2004년에 번역하였고, 나는 2024년에 읽는다. 이만큼 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진작에 읽었어야했다. 그나마도 유시민이 말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이다. 금왕도서관의 지하서고에 보존장서로 묵혀있던 것을 찾아와 읽는다. 책이 너무 깨끗하다.
* 세마학자 : scientist의 번역어다. 셈을 하는 학문이라는 뜻. 셈학 -> 세막 -> 세마. 중국어든 일본어든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만, 우리 나름의 번역어를 갖는게 좋다. 아니면, 세계 공통어로 알던지. 특히, 일본 번역어는 아는 순간 모두 새로운 번역어를 쓸것이다. 고유의 말이 없다면 문화시민이라 할수 없고, 고유의 전문용어가 없다면 역시 문화시민이라 할수 없다.
"닉슨은 오열을 토하며 매우 슬퍼했다. (중략) 어떻게 단순한 도둑질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단 말인가? (중략 / 그는) 무릎을 꿇고 주먹으로 카펫을 치며 소리내어 울었다. '도대체 내가 무슨짓을 한것이지, 무슨일이 일어난거야" 마지막 날들_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중략) 단지 침팬지들의 행동빈도를 세고 평균을 내는대신 연구프로젝트에 역사서술방식을 도입하려고 했다. (중략) 아넴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일기장을 펼쳤다. (중략) 이 일기는 점점 사회관계의 변동에 민감하고 다가올 정치격변을 예감하는 연대기 기록이 되어갔다." (9~11쪽)
자신감이 넘치는 주장이다. 정치는 결정하는 과정인데, 그 과정에서 권력을 가진 자가 등장하고, 그자는 온갖 술수와 협잡에 의해 권력자가 되고, 그에 의해 결정이 내려진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일이다. 전체의 뜻을 모으는 과정이 꼭 정치여야 할까? 여론조사를 통하면 안될까?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적어도 70%의 시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집행할수 없도록 하는것이 좋지 않을까?
"유명한 정치학자 해롤드 라스웰 Harold Laswell은 정치를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얻는가를 결정하는 사회과정'으로 정의하였다. (중략) 사람과 그들의 친척 모두에게 정치라는 과정은, 허세 - 연합 - 고립같은 전략과 관련되어있다. (중략) 내가 발견한 일반원칙은 섬에 있는 유인원들뿐만 아니라 권력을 위한 전략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적용할수 있다." (11~12쪽)
침팬지와의 첫만남
첫인상
이 부분에서 새로운 사실과 약간 실망을 느꼈다. 젖먹이 동물의 왕국에서는 단 한번의 힘겨루기로 끝나는데, 침팬지 무리에서는 아니라고 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흥미있는 부분이다. 조금 실망한 부분은, 무리의 크기가 25마리로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무리에서 무언가가 나타날수 있을까?
"아넴(동물원) 집단의 특징은, 사육장이 넓고, 엄마 침팬지와 함꼐 자라나는 새끼 침팬지가 많다는 점뿐만이 아니다. 전체 침팬지의 수가 많고(1981년에는 25마리가 있었다), 집단속에 여러마리의 어른수컷이 살고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중략) 집단생활의 역학은 아넴집단에서 일어난 지도력의 변화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우리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리더십의 변화가 단 몇차례의 투쟁으로 결판나지 않았다. 내 연구는 결코 눈에 띄지않게 계속되는 사회책략에 관한 것인데, 그것은 마지막 단계에서 어른leader의 추방으로 이어진다.
집단의 안정은 그 토대부터 천천히 무너진다. 개체들은 제각기 음모에 찬 감시망속에서 자기가 완수해야할 역할을 가지고 있다. 미래의 새로운 어른leader는 스스로 그길을 개척해 나가지만 혼자서는 그렇게 할수없다. 단독으로 자기의 어르힘leadership을 집단에 강요할수 없는 것이다. 그의 지위의 한부분은 다른 침팬지에 의해 주어진다. 우두머리 수놈도 다른 구성원들과 마찬가지로 역시 감시망에 걸려있다고 할수있다." (24~5쪽)
* 리더 : 우두머리, 두목, 대장, 장수, 장, 수장, 정상. 우두머리를 빼고는 모두 한자어. '어른'이 좋겠다. 어른의 뜻을 확장하자.
* 리더십 : 지도력 -> 어른의 능력과 역량 -> 어른의 힘 -> 어른힘 -> 어르힘이 좋겠다.
자유를 찾은 무리들
5개월의 겨울동안 침팬지들은, 야외에 비해 1/20로 줄어든 실내사육장에서 자유를 빼앗긴채, 너무 많은 상호작용을 하다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털은 윤기를 잃고 얼굴색은 허옇게 뜬다. 문이 열리면 환호하며 서로를 사랑하고 모습도 아름다워진단다.
또한, 침팬지의 폭력과 잔인한 모습은, 먹이를 사람으로부터 쉽게 얻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먹이를 독점하려는 녀석들이 나타나서.
"자연환경에서 침팬지는 작은 집단으로 나뉘어 먹이를 구하러 다닌다. (중략) 토마토처럼 살과 수분이 많은 과일이나 나뭇잎은 곳곳에 흩어져 있기 떄문에 먹이를 가지고 다투는 일은 좀처럼 보기어렵다. 그러나 사람에게 먹이를 받아먹고 살게 되면서부터는 설사 정글속이라해도 금세 평화가 깨져버린다." (26쪽)
잊을수없는 대탈출
힘을 합쳐 긴 장대를 걸치고 동물원의 담장을 너머 과일가게를 덮친 침팬지들은 과일을 실컷 먹고나서, 집으로 돌아와 낄낄거리며 무용담을 나누며 먹을 간식거리까지 싸서 가져왔다고 한다.
"사람들보다 체중은 덜 나가지만 힘은 훨씬 세다. 동물원에서 벌어지는 침팬지와 관련된 문제는 모두 그들의 강한 팔힘때문에 일어난다. 팔힘뿐만아니라 불같은 성미도 침팬지를 위험한 동물로 간주하는데 한몫한다." (31쪽)
동물행동학 ethology
해석과 추정은 어떻게 다를까? 추정해서 해석하는 것이라고 일단 하자.
* veterinary ethology 배처리너리 이쏠로지 동물행동학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것은 결국 해석한다는 뜻인데, 그 해석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점을 늘 고려하지 않을수없다. (중략) 어떤 실험목적을 위해 특정 행동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들이 스스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찰하기 위해 한없이 기다리는 태도를 지녀야 하는 것이다." (33~5쪽)
지각능력
세마는 자연을 관찰하고 추정하여 해석한 결과다.
"많은 침팬지들의 성격, 우호 및 적대관계, 몸짓, 특징 음성과 표정, 그밖의 여러가지 행동 모두를 다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야생의 풍경이 갖는 의미에 눈을 뜨게 된다." (35~6쪽)
화해
침팬지가 주로 포옹과 키스행위로 화해를 한다면 보노보들은 성행동으로 화해를 한다. 보노보들이 놀라운 것은, 이성과 동성을 가리리지 않으며, 유사성행위도 화해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침팬지와 가장 가까운 종인 보노보는 침팬지의 화해행동과는 달리 성행동을 통해 화해를 이끌어낸다. 예컨대, 보노보들은 싸움이 끝난뒤에 이성간이건 동성간이건 상관없이 성행위를 하거나 성행위를 흉내내거나, 혹은 서로의 성기를 접촉하는 일종의 화해의식을 벌인다." (49쪽)
권력교체
이 장에서는 침팬지들 사이의 권력교체를 다룬다. 권력자와 도전자의 싸움인데, 흥미로운 것은 누가 더 많은 조력자를 확보하는 경쟁이 벌어진다. 힘이 강한 수놈들끼리 연합을 하고, 힘은 약하지만 수가 많은 암놈들의 지원도 중요한 요소다. 한두번의 싸움이 아니라 수개월에 걸쳐, 두 강자의 대결 - 수놈 연합의 변화 - 암놈들의 지원이 버무러진 대결이 펼쳐지고, 마침내 권력교체가 일어난다.
한가지 재미있는 일은 경쟁하고 충돌하는 두 강자가 그날의 싸움을 마무리하고 화해의 시간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싸우지만 언제고 대결의 결과가 나오면, 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해야 한다. 그런것을 아는지 몰라도 서로의 털을 골라주며 화해하는 모습을 공동체에 보여주고 편안히 잠든다. 그러고나서 언제고 다시 대결을 벌인다. 수십차례 반복된다.
지도자를 뽑기 위한 피할수없는 싸움이지만, 싸움은 역으로, 평화와 안정으로 가는 일이기에 화해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싸우다가 느닷없이 평화가 찾아오기는 힘들다. 다시 싸우더라도 화해의 노력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을 쌓아나가는 것이 좋다.
"루이트는 큰소리를 지르며 손바닥으로 이에론의 귀싸대기를 후려치고는 재빨리 내뺀다. (중략) 이에론과 루이트의 화해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두 수놈이 다시 과시행위를 하려는 것처럼 털을 곤두세우고는 얼굴을 마주보고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략) 저녁 무렵 숙소로 돌아기기 직전에 그들은 오랫동안 집중적인 접촉을 하는데, 휴전이란 표현보다 더 적절한 표현을 못찾겠다. 그들은 화해하지 않고는 우리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다." (119~145쪽)
수개월에 걸친 권력투쟁에서 승리한 지도자가 보이는 약자보호의 행동도 인상에 남는다. 보안관이 되어 약자를 보호한다. 영장류들은 자신의 사룸life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잘 안다. 약자조차 보호하는 지도자라면, 나를 지켜주리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지도자 입장에서도 다수 약자들의 지지와 후원이 자신의 자리를 보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아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런 루이트도 또다른 강력한 도전자의 수놈연합전략에 의해 지도자 자리에서 쫓겨난다. 자리를 유지하려면 잘해야 하고, 잘 했지만, 공동체는 참으로 묘하다. 평화는 정말 지켜내기가 어렵다.
"루이트의 정책은 달라졌다. 그는 '승자의 지지자'가 아니라 '패자의 지원자'가 되었던 것이다. 패자의 지원자란 가만두면 질게 뻔한 놈의 편을 드는 제3자를 뜻하는 말이다. (중략) 루이트는 1인자 자리에 오른 뒤에는 약자쪽과의 결속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집단의 두목이 되기전에는 35%만 패자를 지원하였지만 왕좌를 차지한 뒤로는 이 수치가 69%로 증가했던 것이다. (중략) 게다가 1년 뒤에는 패장에 대한 루이트의 지원이 86%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다. (중략) 강자의 보안관 역할과 그 강자가 위협에 직면했을때 약자로부터 받는 지원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을지는 뻔하다." (159~60쪽)
불안한 안정
1인 지배가 아니라 연합정권도 재미있다. 힘이 좋은 1인자와 친화력이 좋은 2인자가 연합을 유지해서 두 강자가 모두 권력의 이익을 얻는다. 이때 1인자는 상황을 만들고, 2인자는 영원한 2인자가 되기 위해 약자의 보안관 역할을 맡으며 대중의 지지를 얻는다. 훌륭한 권력배분이다. 두 강자 모두 만족한다면.
"니키는 때로 이름만 두목이 아니지 의심스럽기도 했는데, 경험많고 교활한 이에론이 그를 조종하고 있는것 같았기 때문이다. (중략) 니키는 이에론에 의존하고 있었지만, 그역 또한 사실이었다. 게다가 니키는 그 지위에 걸맞은 성특권을 누렸다. 니키는 최상의 지위를 차지했고, 이에론은 통제자의 역할을 맡아 그에 따르는 권위를 누렸다." (196~7쪽)
성특권
1인자에게 주어지는 성특권과 함께 권력배분의 또다른 방식이 나타난다. 1인자는 2인자와 권력을 나누고, 3인자와 성특권을 나눈다. 1인자는 2인자와 연합하면서도 견제를 하는 것이 당연하고, 권력의 모두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을 나눈다. 3인자에게는 불만도 있지만 기회도 제공되어, 1인자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수 있는 효과를 주는 모양이다.
그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3인자가 1인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밀회를 즐길때이다. 침팬지들은 증거가 없으면, 물러선다.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추정에 의한 분노가 더 강한 사람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성 특권을 누리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1인자) 니키는 이에론의 털을 골라주는데 너무나 열중한 나머지 루이트(3인자)가 조용히 자리를 뜬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잠시뒤 그는 루이트의 빈자리를 보고 사태를 짐작하고서는 비명을 지르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발정한 암놈도 이미 모습을 감춘 뒤였다. 그렇지만 둘다 털을 곤두세운채 거칠게 사육장을 가로질러서 돌진했을때, 루이트가 조용히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자 돌연 침착해졌다." (228쪽)
사회생활의 원리
침팬지들이 1인자에게 고자질을 한다는 것에 웃음이 나온다. 화해도 할줄 알고, 서로 연합하지 못하도록 떼어놓기 간섭을 하고, 권력을 잡기 위해 연합을 할수 있다면, 고자질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것이다. 심지어 뇌물까지.
"마할레 산지에 사는 1인자 침팬지가 뇌물이라는 정교한 체계를 통해 특이하게 장기집권(10년 이상)을 했던 사례를 보고했다. 그는 자신을 도와서 잠재도전자에게 대항해줄 침팬지들만 선택해서 고기를 분배했다." (238쪽)
더욱 놀라운 것은, 몇달후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다. 연합의 상대방을 고를때, 무조건 강자를 선택하면 즉시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온다. 그런데도 침팬지는 몇달이 걸려야 이익을 얻을수 있는 연합대상을 골랐다. 이것을 정말 예측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1인자에 대한 질투심 때문이었을까? 질투심이라고, 이것도 또한 놀라운 영장류의 감정이다.
"이에론(2인자)이 취한 전략의 결과는 처음에는 '부정'이었기 때문이다. 이에론은 루이트(1인자)에게 저항하고 니키(3인자)와의 접촉을 모색하면서 지고있는 싸움에 말려든 자신을 발견했다. 이에론의 입장에서 자기정책을 고수하려면 내심 그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확신않은 안됐을 것이다. 그의 선택이 확실하게 이익을 보기 시작한 것은 몇달이 지난뒤였다." (243쪽)
나눔의 기쁨을 갈등을 누그러뜨리는데 사용할줄 안다는 부분을 읽을때는 감탄하지 않을수 없다.
"수놈들은 긴장과 욕구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일을 같이 하자고 서로를 초대하는 것같다. 예를들어, 니키(1인자)가 루이트(3인자)에게 이에론과의 접촉을 허락하지 않으면, 루이트는 죽은 떡갈나무쪽으로 올라가 나뭇가지를 꺾으려고 시도하면서 협력행동을 유발하곤 했다.
긴장해소를 위한 이런한 협력은 정말 우연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언젠가 니키가 나란히 이에론과 루이트를 향해 격렬하게 과시행위를 하면서 펄쩍펄쩍뛰다가 그만 나뭇가지(먹이인 나뭇잎이 달린) 하나를 꺾게 되었다. 적대관계는 즉각 잊혀졌다. 세 수놈이 서로 껴안더니 껶여진 가지를 금단의 나무로 옮겼다(자기들끼리만 나눠 먹으려고)" (260쪽)
사회생활을 하는 침팬지들은 자신의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서 배반도 서슴지 않는다. 기본원칙은 줄것을 주고 받을 것을 받는 호혜의 원칙이지만 말이다.
"침팬지 집단생활은 권력, 섹스, 애정, 지지, 편협, 적대감이 교환되는 시장과 같다고. 그리고 이런 교환은 다음의 두가지 기본원칙에 따라 이뤄진다고 '선은 선을 불러온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중략) 푸이스트(암컷)는 즉각 루이트(3인자)를 향해 무섭게 으르렁거리면서 그를 뒤쫓아갔고, 심지어 그를 때리기까지 했다. 이전에 자신의 도움을 받았던 루이트가 자신의 도움요청에 모른척했기 때문에 푸이스트가 화가 났던 것일까?" (265쪽)
정치의 기원
침팬지들은 집단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정치활동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1인자나 수컷이 아니어도 집단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권력을 잃어도 완전히 잊혀져 추방되는 것이 아니다. 매우 야만스러워 보이는데도, 기껏해야 손가락을 물리거나 따귀를 맞는 정도의 폭력만 당한다. 물론 새끼들이 죽는 경우도 있지만, 집단의 침팬지들은 서로 공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정치다.
"우리의 정치활동은 사람과 가까운 친척과 공유하는 진화유산의 일부처럼 여겨진다. (중략 / 침팬지들은) 집단내의 서열이 경쟁과 충돌을 제한하는 응집요소임을 이해할 수 있다. 육아, 놀이, 섹스, 협력 등은 그로 인해 찾아오는 안정상태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수면아래의 상황은 늘 유동한다. 권력의 균형은 매이매일 시험되며, 만일 그것이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도전이 일어나고 새로운 균형이 찾아올 것이다. 결국 침팬지들의 정치도 건설적이다. 사람은 정치동물로 분류되는 것을 명예롭게 여겨야만 한다." (271~4쪽)
에필로그
침팬지들의 권력투쟁도 결국은 루이트와 니키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무엇이 10년에 걸친 긴 평화를 깼을까? 루이트는 다시 한번 1인자에 올랐다가 죽임을 당했고, 니키는 새로운 1인자의 등장하자 도망치다가 물에 빠져 죽었다. 끝까지 평화로운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각자의 생존수명만큼 살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침팬지의 세계도 여전히 야만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래도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싸움을 했으면 화해를 하고,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해서 좌절하지 말며, 약자를 보호하는 보안관 역할로 대중의 지지를 받으며, 협력해서 일을 풀어나가는 경험들을 쌓아나가서, 지키기 힘든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자.
"댄디가 1994년 심장병으로 죽은 것을 비롯해 초창기 수놈들은 모두 죽음을 맞았다. 그러나 1996년에 아넴집단 설립 25주년을 기념할때까지도 마마, 고릴라, 암버, 지미, 테펠, 츠바르트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2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