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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_황지우_201027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 지 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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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려움 없이 너를 만나다

                                   -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 부쳐

 

                                                                 무일  박 인 성

 

한 때 마음을 두드리고 떠난 시가

오늘 친구와 함께 돌아왔다

 

바람에 날려

부스러기처럼 흩어지는 것들을

즐거이 끌어 안고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네가 오고 있는 그 길을

내가 먼저 가고 있다.

 

심장이 쿵쿵 뛴다.

너에게로 가는 모든 발걸음은

살떨리는 두려움이었다.

죽음이며, 환상이며, 착각이었다.

 

죽음이며, 환상이며, 착각인 것이

삶이며, 현실이며, 느낌이 되었다.

 

길고 두려운 다가감으로

네가 나타난 그 길은 아름다웠다.

 

누구의 희생도 없이 모두의 삶이,

환상이라고만 믿었던 현실이,

믿었던 느낌이 펼쳐지고.

 

내 가슴이,

아무 두려움 없이

쿵쿵 뛴다.

 

너를 만나다

 

인천대공원의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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