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에서 베란다 정리용 장과 제빵기를 사서 들고 무일농원으로 내려왔다. 무료로 주시겠다는 베란다 장은 상태가 괜찮아 보여서 온누리 상품권 1만 원을 성의 표시로 드리고, 천재와 함께 메고 내려왔다. 비가 내리는 데도 땀이 뻘뻘났다. 장을 지고 내려온 사람은 천재다. 제빵기를 가지러 갔다가 광명시장 뒷골목에 갇혀 버렸다. 안 그래도 시간 여유가 없는데,,,, 제빵기는 일단 부천에 내려놓고 베란다 장만 싣고 그리미, 천재와 함께 농원으로 출발했다. 11시다.
주인 없이 일찍 도착한 객들이 큰바위얼굴 관광지를 실망스럽게 둘러보고 왔다. 코로나 여파로 제대로 관리도 되지 않고, 비가 많이 내려서 걷기에 힘들었던 모양이다. 더욱 문제였던 것은 많은 왜놈 제국주의자들의 두상들을 전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도조 히데끼. 2차 대전의 A급 전범으로 1948년에 처형되었다. 종전 후 극동군사재판에서 자신의 죄악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1941년에 "살아서 포로가 되는 치욕을 당하지 말라"라는 미친 명령을 내려 수많은 일본인들과 조선의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다. 본인은 자살을 하는 척?(추측) 하다가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제국주의자의 전형이다.
쇼와덴노 히로히토. 2차 대전의 전범이면서도 맥아더의 일본 지배정책으로 덴노의 지위까지 인정받아 1989년까지 자리를 지킨 비겁한 제국주의 왜놈의 전형. 한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벌어진 왜놈 제국주의의 두목이었다. 왜놈들의 잔학 행위는 모두 쇼와덴노의 이름으로 자행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런 사람들은 일본의 정치지도자가 아니라 전범이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사람들의 동상을 건립하고 위인이라고 칭하면서 전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계사에 등장하는 위인들의 자료를 수집/정리하여 여러 국가를 직접 탐방하여 우리역사와 세계사를 자기 것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문명의 흥흉이나 소멸에 영향을 끼친 위인들을 선정하여 혼신에 정을 쏟아 만들었다'는 설립자 정근희의 말은 헛소리다. 친일파로 추정된다.
음성군의 주요 관광지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도 위와 같을 것이다. 도로 표지판도 모두 철수시키고 유료사업 허가도 내 주지 말아야 한다. 내친 김에 음성군청 홈페이지에 민원을 넣었다.
관광까지 마치고도 먼저 들어와 있던 처제들이 생선초밥을 준비해 줘서 무려 인당 15개씩 맛있게 먹었다. 부산에서 새우와 장어, 조개 등 다섯 가지 재료를 택배로 공수받아서 초밥을 비비고, 가락국수를 끓여 내어 한 끼 점심을 만들었는데, 재료비가 10만 원도 안 들었다고 한다. 오직 처제들과 처남댁, 동서의 노력으로 맛있는 초밥 정식을 차려내었다. 어머니도 맛있게 드셨다.
일하러 나갔다. 여자들은 아로니아와 고구마순, 옥수수를 따고 남자들은 아궁이 지을 준비를 했다. 여자들 일은 잘 진행이 된다. 그렇지만 아로니아 상태가 매우 나쁘다. 제대로 익은 것이 없이 대부분 갈라 터졌다고 한다. 저런, 너무 오랜동안 비를 맞았나 보다. 다른 아로니아 보다 떫은맛이 적어서 매우 유용한 열매였는데 너무 아쉽다. 아로니아는 아무 땅에서나 잘 자라고 농약이나 제초제의 도움이 없어도 참 잘 자라서 우리에게 딱 맞는 작물이다. 주시는 데로 먹어야 한다.
효빈이와 윤영이는 고양이와 노느라 정신이 없다. 다섯 마리의 성묘와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무일농원에 즐거움을 선사한다. 자유롭게 사는 그들은 필요에 따라 우리를 찾고, 우리도 사랑이 그리울 때 그들을 찾는다. 아이들은 당근에서 산 이층 침대도 좋아한다. 어른들이 거실을 점령하고 시끄럽게 떠들면 벙커 침대로 피신을 한다. 에어컨도 시원하다.
염려했던 아궁이 짓기가 어려움이 크다. 일단 4인치 블록을 뉘어서 바닥을 만들고 빨간 벽돌을 옮겨 화덕 벽을 쌓기로 했다. 파벽돌이라 모양은 나지 않지만 내부의 열기를 견디는 용으로 쓰기로 했다. 전체 크기를 잡아서 작업을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벽돌을 나르고 블럭과 흙을 퍼 나르는데, 아뿔싸 비가 쏟아진다. 30분 정도 비를 맞으며 계속 작업을 하는데도 비가 그치지 않는다. 빗속에서도 바닥과 1단을 쌓는 데 성공해서 시멘트를 발라 굳혀야 하는데 계속해서 장대비가 쏟아진다. 더 이상 작업을 할 수가 없다. 여자들의 고추 씻기도 중단되었다. 일단 철수. 벌써 6시다. 어쨌든 고추따기에 성공했다.
비가 내려 아무 일도 못하자 동서가 일거리를 찾아 돌아 다니다 아이들의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간다. 벙커 침대 방 형광등 속에 벌레들이 기어다니고 있었다. 모기약을 뿌려 죽이고, 전등 갓을 떼어 낸 다음에 깨끗하게 씻고, 마른 걸레로 닦아서 다시 달아 놓았다. 방안이 환해진다. 배구만 하는 줄 알았더니 집안 일도 참 잘 하는 손 위의 손아래 동서다.
천재와 상수가 아이들과 루미큐브 대결을 펼치는 동안 동서가 튀김기에 앉아서 옛날 통닭과 새우를 튀겨낸다. 간식 겸 술안주로 최고다. 비 때문에 일은 많이 못했지만 배 터지게 술과 안주를 먹었다. 커다란 상 두 개에 사람이 그득히 들어앉았다. 아이들이 먹고 싶다는 골뱅이 소면과 맥주를 사 왔다. 처제가 골뱅이 소면을 시원하게 만들어 내었다. 저녁이다.
열 시까지 배부르게 먹고 나서 영화 셜록을 봤다. 모두 잠이 들어서 결국 나 혼자 봤다. 처남댁이 시끄러워서 잠을 제대로 못잤다고 한다. 새벽 한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