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잘못 읽기 시작한 책이다. 노동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흥겹고 신나는 책이 아니다. 봄의 힘든 일들을 정리되어 가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중국에서는매우 인기있는 책인 모양이다. 자유여행을 위한 지식 안내서로서 중국인들에게 적당한 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상과 비판의 자유가 없는 중국인에게 유럽은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그런 궁금증에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아직 어떤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생각컨대 한국이나 중국의인식 수준은 서양의 것들에 비해 깊고 심오하며 자연과 인간에게 깊이 다가가 있다. 과연 그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읽다 보면 결국 이런 이야기에 빠져든다.
"무어인들은 이 땅을 7백여 년(서고트왕국을 침략한 711년부터 1492년까지/ 무일) 동안 통치했다. 이미 혈통과 언어가 뒤섞여 버린 그들은 통치의 합리성에 대해 의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중략) 남아있는 것은 그라나다의 성뿐이었다. 이러한 포위 상태는 거의 2백 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중략) 페르난도 2세와 이사벨 1세가 직접 나선 스페인 군대에 겹겹이 둘러싸인 보아브딜 진영은 순식간에 힘을 잃고 말았다. (중략, 젊은 황제 보아브딜은) 용맹한 젊은 병사들끼리 맞서 싸우게 한다면 양측 모두 수많은 생명이 죽음으로 내몰릴 것이 분명했다.
궁전 옆문으로 빠져나간 젊은 왕은 멀리 떨어진 산의 망루 위에 올라 뒤를 돌아보았다. 절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중략) 승리자에게 조건을 하나 내걸었다고 한다. 자신이 도망칠 때 사용한 궁전 옆문을 벽돌로 폐쇄하라는 것이었다." (186~192쪽)
무함마드의 후계자들이 지하드로 포교를 할 때 북아프리카의 무어인들도 모두 개종했다. 세금도 감면받고 혜택도 받을 수 있으며 평화를 보장받는 대가로 다신교에서 일신교로 전환한 것이다. 그들 무어인들이 711년부터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혼돈 상태의 서고트족을 무너뜨리고 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곳에는 또다른 일신교인, 똑같이 하느님(알라)를 믿는 다른 종교 체계가 있었다. 기독교다. 북부의 콤포스텔라를 거점으로 레콩기스타가 시작된다. 무려 700년 동안. 산티아고 델 콤포스텔라에 야고보의 주검이 발굴되었고, 그곳을 성지로 수복해야 한다는 호소는 프랑크 왕국을 비롯한 온 유럽을 움직였다. 십자군 운동의 일환으로 이베리아 반도 수복 운동이 지속된다.
평화로웠지만 결코 융화되기를 거부한 기독교도들의 반란은 700년만에 결국 승리하여 알함브라궁에서 무어인들을 다시 북아프리카로 내쫓아버렸다. 1492년이었고, 콜롬부스가 이사벨라 여왕의 후원을 받아 아메리카 대륙을 침략하여 유럽 대륙에 엄청난 부를 쌓게 하는 바로 그 해다.
그 때, 유대교도들도 함께 포르투갈이나 북아프리카로 이주하게 된다. 무어인들 속에서 평화로웠던 그들은 다시 이스라엘로 이주하여 유대인의 나라를 건설한다. 그리고 무어인들을 비롯한 모든 이슬람교도들과의 평화를 깨뜨린다. 그들 또한 유일신을 믿었다. 야만의 시대에 유일신을 믿는 집단들은 평화를 깨뜨렸다.
위치우위는 1권을 서술하는 내내 자유에 대해서 잘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이렇게 한 마디 툭 던진다. 21세기 초반의 중국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영국인들은 사유는 자유롭지만 생활은 부자유스러운 것같다. 오후에 차를 마시는 습관이 온 국민에게 보급되어 있다고 한다. (중략) 중국인은 사유는 부자유스럽지만 생활은 자유스럽다. 국수주의, 유산, 문화, 이런 것들에 전혀 상관없이 각자 소신껏 생활한다." (358~9쪽)
전쟁에서의 승리로 프랑스 대혁명의 보호자였던 나폴레옹은 어떨까. 유럽 대륙이 '나폴레옹 전쟁'이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자유 평화 인권은 사라지고 그의 이름만 남은 전쟁이었다. 그렇지만 나폴레옹 전쟁의 패배자는 나폴레옹이고, 승리자는 절대 왕권의 수호자들이었다.
"마침내 워털루에 도착했다. 1815년 (중략) 옛 전쟁터에 구릉이 있다. (중략) 산 구릉의 흙은 모두 전쟁터에서 가져온 것이다. 사방 2킬로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 바로 이곳에 그 옛날 서로 싸우다 죽은 십수 만 명의 병사들의 넋이 깃들어 있다. 그들의 선혈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이제 막 승리를 거둔 웰링턴 장군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승리다! 실패 다음가는 최대의 비극이다!" 구릉은 그 주변 마을 여자들이 흙을 등짐에 지고 날라 만든 것이다. (중략) 나폴레옹을 지지하고 숭배했던 여자들에게 그의 실패를 확인시키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수치와 모욕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39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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