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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내 곁을 떠난다는 것은_깊은 강_150306, 금

아내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귀하게 대할지를 몰랐다. 그저 내 기분에 따라 웃거나 짜증을 냈다. 아내가 아프고 나서야 아내를 귀하게 대해 줄 시간이 많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로소 철이 든 것이다. 그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요즘의 내가 그리미에게 아주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하면 엄청나게 발전했다. 게다가 농부로 전업하면서 시간 여유가 많이 생기고, 경제생활을 그리미에게 의지하게 되면서 더욱 열심히 아내의 아내로 살게 되었다. 원인들이 무엇이 되었든 너무 늦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을 알게 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일까. 현재의 행복과 즐거움을 위해 주어진 환경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면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행복을 뒤로 미루는 습관이 없다면 죽음의 순간에 정리해야 할 일이 과연 무엇일까. 기껏해야 자산과 부채를 정리하는 일이 아닐까. 그것도 미리미리 처분 방향을 정해둔다면 내일 일이 닥친다고 해도 전혀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미리 방향을 정해두지 않았더라도 묘든 재산이든 유언이든 남아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살아있는 사람은 삶의 순간에 건강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당장 행복하자.

 

누군가가 이렇게 말해 준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이다.

 

"나 ..... 반드시 ..... 다시 태어날 거니까, 이 세상 어딘가에. 찾아요 ..... 날 찾아요 ..... 약속해요. 약속해요" (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