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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새로운 눈을 하나더 얻다, 소프트렌즈_260811

한달쯤 앞서 어느 안경집 앞을 지나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목에 거는 돋보기 대신에 렌즈를 껴보자.

무작정 가게로 들어갔다. 물어봤더니 다초점 소프트렌즈가 있다고는 하는데, 그리 좋지 않다고 한다.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갔다.

 

지난주에 돋보기를 1년에도 2개씩 사러다니는 바람에 단골이 된 으뜸안경점에서 일을 마치고, 혹시 내눈에 맞는 다초점 소프트렌즈가 있느냐고 물었다.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선뜻 내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60세가 넘었으니, 렌즈에 적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말을 이어가며 왜 안되느냐 값이 비싸냐고 물었다. 값도 물론 비싸다. 하루 8시간 쓸 수 있는 소프트렌즈가 두달에 5만원이 넘는단다. 돋보기는 15만원 정도면 좋은 것을 하고, 아무리 못써도 3년은 쓸수 있다.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은 맞다.

 

평소에는 돋보기를 쓰더라도 여행을 갈때만 렌즈를 끼면 편리할것같아서 쓰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혹시 샘플로 시험해 볼만한 렌즈가 있느냐고 물었다. 말리던 안경사가 어쩔수 없다는 듯이 홍보용 렌즈를 꺼내준다. 내눈에 맞는 제품이고, 돋보기보다 환할수는 없다고 한다. 여러가지 유투브를 찾아서 렌즈끼는법을 배워서 끼라고 한다. 기뻤다.

 

집으로 돌아와서 며칠동안 동영상을 보면서 렌즈 끼우기 연습을 했다. 왠지 될것도 같다.

 

오늘 드디어 렌즈를 껴보기로 했다. 총 5개의 렌즈가 있는데, 그중 한개는 연습하면서 너무 많이 떨어뜨려서 더러워졌을 것이라고 보고 버렸다. 두번째 렌즈를 이용해 열심히 껴보고 있는데, 그리미가 와서 껴주겠다고 한다. 10분 동안 난리를 피우다가 한쪽은 내가 끼고, 다른 한쪽은 그리미가 껴주는데 성공했다. 만세.

 

 

 

소프트렌즈를 끼는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연습은, 손을 비누로 깨끗이 씻은 다음에, 손가락에 식염수를 묻힌 상태에서 눈동자를 건드려보는 일이다. 눈꺼풀이 감기지 않을때까지 천천히 연습을 하면 렌즈를 끼는 바탕을 마련한 것이다. 이 연습을 꾸준히 하면 혼자서도 겨우 렌즈를 낄수 있다.

 

렌즈를 끼고 걸어다니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워낙 얇은 렌즈다보니 티끌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책을 읽어봤다. 최준영이 쓴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지리의 서문. 알만한 이야기라 뿌엿게 보이는 글씨들을 더듬더듬 3쪽을 읽었다. 조금 어려웠다.

 

컴퓨터로 글을 써봤다. 오, 된다. 물론 약간 뿌엿고, 눈썹사이에 주름이 잡히기는 하지만, 컴퓨터로 글을 쓰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서서 걷다가 뭐든지 집어들고 읽어 보았다. 너무 작은 글씨는 보이지 않지만 = 돋보기처럼 잘 보이지않지만, 그럭저럭 읽을만하다. 이정도면 여행 중에 렌즈를 끼는게 = 주렁주렁 돋보기를 매달고 다니지 않아도 될것으로 보인다. 워치를 차고 타이머를 작동시켜봤다. 어렵지않게 된다. 만족스럽다.

 

렌즈를 낀 상태에서 돋보기를 껴봤다. 너무 강하게 글자가 들어와서 오히려 뚜렷하지가 않다. 그래도 급하게 꼭 써야할때, 렌즈를 낀 상태로 돋보기의 도움을 받을수 있겠다.

 

지금 이글은 돋보기 없이 렌즈만을 끼고 쓰고 있다.

 

참 재미있는 세상이다. 이런 일들이 이루어지니 말이다. 어쨌든 새로운 눈을 또하나 얻었다.

 

아, 끝난게 아니었다.

8시간이 지나면 렌즈를 빼야한다. 이건 연습하지 않았다.

눈이 새빨갛게 되도록 손가락을 넣었지만 안된다.

너무 안되니까 혹시 렌즈를 끼지 않은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거의 30분 동안 십여번을 시도해서 살짝 아래로 긁어내는 전략으로 마침내 긁어내는데, 성공했다.

 

큰일났다. 여행가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있을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