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발리여행은 그야말로 휴양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시원한 섬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하고, 달리기를 하고, 아침을 먹는다. 식사후에 간단한 산책을 하고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린다. 뜨거운 한낮에는 수영을 잠깐하고 낮잠을 잔다. 오후에는 체력단련을 간단히 하고, 동네산책을 나간다. 저녁에는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고 잠이 든다. 너무 한량같은 분위기인데, 산책을 하다가 발리섬을 더럽히는 쓰레기가 있으면 줍는 일을 할 예정이다. 여행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영어가 짧아서 1분 이상을 대화하는것을 목표로 삼아야겠다. 발리섬 주민들과도 현지어로 인사를 나누기위해 노력하자. 여태까지 인사한번 제대로 못했지만, 기간이 긴만큼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샤먼항공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편지가 오면 항공편이 변경될지 걱정이된다. 아예 취소가 될수도있으니. 다행히 검역관련 이야기다. 왠만한 증상은 시치미를 떼어야하는것 아닐까? 한자로 대충 검역이야기라는 것을 알지만, 번역기를 돌렸다. 틀에박힌 문장인지 번역이 부드럽다. 이것말고도 계속해서 샤먼항공으로부터 중국어로 날아오는 메일이 부담스러운데도 친절하게(?) 뭔가를 보내준다.
인도네시아 세관신고도 마치고, love bali 앱을 다운받아서 관광세도 납부했다. 공항택시와 8일간의 숙소예약도 끝냈으니 급한일중에 남은것은 비자다. 비자조차 없던 베트남이 그립다. 몸이 피곤해서 그렇지, 이런 업무처리를 하는것도 심신을 시험하는데 좋다. 잘풀리지 않아도 평정심을 유지할수 있도록 수양을 하고있다.
"尊敬的旅客朋友:您好!欢迎选乘厦门航空航班。厦航温馨提示您在办理乘机手续前认真阅读以下须知:根据《中华人民共和国国境卫生检疫法》及其实施细则的有关规定,海关总署决定自2023年11月1日零时起,出入境人员免于填报《中华人民共和国出/入境健康申明卡》,但有发热、咳嗽、呼吸困难、呕吐、腹泻、皮疹、不明原因皮下出血等传染病症状,或已经诊断患有传染性疾病的出入境人员须主动向海关进行健康申报,并配合海关做好体温检测、流行病学调查、医学排查、采样检测等卫生检疫工作。如有隐瞒或逃避检疫的,将承担相应法律责任;引起检疫传染病传播或者有传播严重危险的,承担相应刑事责任。 感谢您的理解与支持,厦门航空祝您旅途愉快。"
"친애하는 여행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샤먼항공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샤먼항공은 탑승수속 전 다음 사항을 주의깊게 읽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중화인민공화국 변경위생검역법》의 관련 규정과 그 실시규칙에 따라 해관총서에서 탑승수속을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023년 11월 1일 0시부터. "중화인민공화국 출입국 건강신고서" 작성이 면제되나, 발열, 기침, 호흡곤란, 구토, 설사 등 전염병 증상이 있는 경우 발진, 원인불명의 피하출혈, 전염병 진단을 받은 경우 입국자는 반드시 세관에 건강신고를 하고 체온검사, 역학조사, 의료검사, 검체채취검사 등 보건 및 검역 업무에 세관과 협력해야 합니다. 검역을 은폐하거나 기피하는 자는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지며, 검역감염병을 확산시키거나 심각한 확산 위험을 초래하는 자는 그에 상응하는 형사책임을 진다. 고객 여러분의 이해와 지원에 감사드리며, 샤먼항공의 즐거운 여행을 기원합니다."
3월이면 발리는 우기의 막바지다. 비가 자주내리니 습도가 높고, 당근 불쾌지수도 높다. 그래서 조금 비싼 호텔을 가서 쾌적한 냉방기 아래에서 관광하는것이 좋다고 한다. 그렇군.
그리미에게 선택지를 보여줬다. 아무래도 상관없단다. 맞다. 견딜수있을만한 것은 전부다 경험해보는것이 좋다. 나이 60이니, 듣는것도 순하고, 하늘의 뜻인 운도 알고, 주변의 사랑과 유혹을 구별해 아는 불혹의 나이도 지났다. 겁이 좀많아졌을 뿐이다.
부킹닷컴의 파트너사와 예약한 사누르 숙소는 전화외에 연락처를 알수가 없다. 늦게 도착한다는 것을 알릴방법이 전화밖에는 없다. 되도록이면 파트너사의 예약은 피해야겠다.
우붓의 숙소를 예약하고, 4시간후에 다시 확인해봤더니 내가 예약한 금액보다 2만2천원이 저렴했다. 예약한 것을 취소하고, 다시 예약을 했다. 이럴수가 있나? 하여튼 다행이도 무료취소가 가능해서 조치가 가능했다. 숙소가 비용도 크고, 여행만족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니 늘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제주도도 남과북이 날씨가 다르다. 발리또한 그럴것이다. 사누르에서 적응훈련을 하면서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를 결정할 생각이다. 비수기라는 엄청난 장점을 누릴것이다. 친구하나가 더있으면 참좋겠다는 생각이 순식간에 밀려온다. 발리는, 인도네시아는 베트남과 다르단다. 한국만큼 안전한 베트남과는 달리, 스마트폰은 품속에 꼭간직해야하고, 원숭이와는 장난쳐서는 안되며, 오토바이타다가 다치면 많이 아프고 제대로 보살핌을 받기도 어렵단다. 베트남에서는 현금카드를 기계에 꽂아놓고 왔는데도, 비록 설명절이라 되찾지는 못했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었다. 발리에서 이런일을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게다가 3월 11일이 하리라야녜삐 Hari Raya Nyepi. 악령의 습격을 막아내는 가장 동물다운 행동. 침묵과 정지. 그런데, 이 전통이 만들어진것은 놀랍게도 1980년. 이건 좀믿기어려우니 다른 자료를 찾아볼필요가 있겠다. 어떤 전통에서 발전시킨것이 아닐까싶다. 어쨌든 제주도 3배의 땅이 불조차 켜지않고 숨죽이고 지내고, 경찰들이 돌아다니는 사람을 잡아다가 유치장에 쳐넣는다고한다. 아, 정말 사람은 사람답다. 밤하늘의 별이 얼마나 빛나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https://brunch.co.kr/@peacegraphy/181
그런데, 2/14부터 관광세 사람당 15만루피(체류기간과 관계없다. 내고 들어왔다가 발리를 나가면 효력이 상실되어 하룻만에 다시 들어와도 또 15만루피를 내야한다.)
https://overseas.mofa.go.kr/id-ko/brd/m_2864/view.do?seq=1345256
돈받는 것은 잽싸게 결정한다. 관광세를 걷어서 발리에 지하철을 건설하려고 한단다. 이게 맞는 말이냐? 묻지도 따지지도 말자. 발리사람들이 관광세로 더 와아해지면 좋겠다. 기꺼이.
그나저나 코로나로 식어버린 관광열기를 비자면제로 회복하겠다던 관광청의 의지는 어느덧 사라져버린 모양이다. 생각해보라. 인당 50만루피 x 1천만명 = 5조루피(한화 4,500억원 상당). 이런 정도의 세금을 포기하는것은 불가능하다. 50조원 정도의 세수감소는 우습게 여기는 통큰 정부와는 다르다. 그래, 받아라.
둘다 입국 2일전부터 인터넷으로 신청해서 미리 납부가 가능한 모양이다. 어쨌거나 예상치못한 비용들이 늘어난다. 이 와중에 그리미는 십여년만에 해변수영복을 마련하느라 바쁘다. 음, 그녀의 명퇴를 기념하는 여행이다.
https://overseas.mofa.go.kr/id-ko/brd/m_23654/down.do?brd_id=20833&seq=269&data_tp=A&file_seq=1
이제 예산을 세워보자.
예비비 60만원(고급 리조트와 기리섬 방문)을 포함해서 400만원이다.
- 항공료 + 공항픽업 + 유심 : 37만원 x 2명 + 2 + 4 = 80만원
- 호텔비 : 6만원 x 24 = 144만원
- 관광비 : 20만원 x 2명 = 40만원
- 식비 : 2만원 x 25일 = 50만원
- 교통비 : 1만원 x 25일 = 25만원
- 예비비 : 61만원
봄철 농사준비를 한다고 추운날에 나가서 사흘정도 일했더니 감기에 걸렸다. 감기약이 너무 쎄서 정신이 몽롱하다.
그리미는 스노클링을 한다고 1회용 렌즈를 샀다. 과연 우리는 바닷가에 몇번이나 나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