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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한 달 동안의 농사이야기 220617_el viernes el diecisiete de junio_семнадцать Пятница Июнь

오늘은 가원의 날인데, 지난 한 달 동안 정리하지 못한 농사 이야기를 정리한다. 쉽지 않다.

 

일단 제초매트를 모든 고랑에 깔아서 풀이 자라는 것을 막았다. 작년처럼 봄 가뭄이 심해서 풀이 많이 자라지 않아 서너 개 고랑만 낫으로 풀을 베고 80cm 폭의 제초매트를 깔았다. 끝 부분을 잘 정리해서 잘라야 하는데, 낫으로 험하게 잘라 버렸다.

 

참깨를 다섯 번 심었다. 씨앗으로 두 번 심고 모종으로 세 번 심었다. 여섯 판 모종은 마을 어르신에게 25천 원에 사다가 심었다. 하루에 다 심었다. 두 번째 모종은 장에서 사 온 한 판. 세 번째 모종은 우리가 기른 6판은 이틀에 걸쳐 심었다. 한 달 내내 참깨를 심은 기분이다. 처음 심은 모종이 힘을 받아 잘 자라는 모습을 보는 기쁨이 크다. 묶어줘야 하나?

 

참깨 모종은 오후 시간을 내어 2시간 만에 어머니와 함께 끝냈다. 3주 동안 어머니께서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어 키우셨다. 여러 개의 싹이 올라온 것을 한 두 개만 남겨놓고 자르는 작업을 이틀에 걸쳐하셨다.

 

참깨 꽃이 피면 심을 들깨 모판을 지난 6월 15일(수) 오전에 만들었다. 12판을 3시간 만에 만들었고, 오후에 어머니 혼자서 5판을 더 만드셨다. 나는 그 시간에 공부를 했다. 공부는 쌓이고, 모종은 클 것이다.

 

참깨 모종을 만들고 심고, 제초매트를 깔고, 들깨 모종을 만드는 사이사이에 풀을 베고 돌을 골라냈다. 

 

해바라기를 싹을 모종을 내어 심고, 접시꽃 모종도 옮겨 심었다. 단풍나무 이식은 가뭄으로 거의 죽었다. 두 뿌리를 가져왔는데, 뿌리를 내릴 때까지 매일 물을 주지 않는 한 가뭄을 이겨내지 못했다. 모종은 무조건 물과 비닐 멀칭이다.

 

누나가 가져온 바질도 옮겨 심었지만 가뭄에 쓰러질락 말락, 다행히 장마전 비가 계속 내려서 혹시 살 수 있을 것이다.

 

마당에 토끼풀이 죽어간다. 그렇다고 해서 잔디가 살아 올라오지도 않는다. 면세유가 없어서 예초기를 돌리지 못했는데, 지난 수요일에 리터당 1,700원에 면세유를 받았다. 세상에나, 두 배 가격이다.

 

고추밭에 두 번째 양말목 매기를 했다. 제법 시간이 많이 걸린다. 꼬박 이틀간 작업해서 끝냈다. 뿌리를 잘 내리고 있지만 진딧물이 무성하다. 손으로 열심히 비벼서 죽였지만 가뭄이 심해서 번성한다. 벌레도 보인다. 농협에 가서 농약을 사 왔다. 이렇게 가문 상황이니 작년처럼 약을 3번만 쳐도 될 것으로 기대한다. 혹은 다섯 번. 30번을 약을 치는 농부들의 부지런한 마음은 이해한다.

 

마늘밭의 풀뽑기도 일이 많았다. 비가 내리지 않아 마늘은 자라지 못한다. 감자도, 완두콩도, 강낭콩도, 옥수수도 다들 힘겨워한다. 내가 그들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비가 내려도 이미 성장기를 놓친 작물들은 그대로 수확기를 기다린다. 주시는 데로 받는다.

 

생각도 많고, 할 일도 많았지만, 일하는 내내 박문호 김어준의 이야기를 들었고, 10기가의 데이터를 소모했다. 사람을 활용할 줄 아는 김건희, 직업의 귀천이 없음을 보여준 여인에 대한 이야기는 큰 울림이었다.

 

너무 진지하고 엄숙한 것으로는 시민들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조금 요구하고 많이 가벼워야 함께 할 수 있다. 정치를 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김건희처럼.

 

새벽 5시부터 9시 사이에서 제멋대로 일을 시작했지만, 5시에 일어나 공부하다가 6시가 넘어서 일하러 나가는 상태가 가장 좋다. 하루 6시간 이상 공부를 해야 하는데, 4시간 이상 일하게 되면 공부할 힘이 사라지고 만다. 어쩔 수 없다.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살 수밖에.

 

지난 한 달 대체로 행복했다. 일 운동 공부 취미 등등, 모든 활동이 즐거웠다. 성취한 것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