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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김상조는 21세기의 선비이자 귀족이다_210330 el treinta de marzo el martes_тридцать марш вторник

김상조는 대일고등학교 출신으로 내 고교 선배다. 20대에 여러 차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후배들이 항상 올바른 생각과 실천을 하고 살기를 바랐다. 선배들에 의해 후배들이 대접에다 소주를 마셔야 하는 고약한 풍습이 있을 때도 선배이면서도 스스로 먼저 큰 술잔을 들었다. 그리고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다. 후배들을 괴롭히지 않았다. 

 

군대에 갔다 왔더니 어느새 한신대 교수이자 참여연대 활동가로서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무시무시한 삼성 권력에 맞서 당당하게 정의가 무엇인지를 알려 주었다. 재벌은 특권 지위를 남용할 것이 아니라 1) 내야 할 세금 내고 법에 따라 상속을 해야 한다 2) 노동조합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다. 노조 설립 방해 공작을 즉각 중단하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었다. 공동체의 번영과 약자 보호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연구하고 발언하고 실천하는 강단을 보여주었다. 21세기의 선비이자 귀족이었다. 지성과 사랑을 겸비했다는 측면에서 선비고, 명예를 숭상하고 용맹하게 싸운다는 뜻에서 귀족이다. 

 

김상조는 이런 연구 성과와 소신, 실천 역량을 바탕으로 촛불혁명으로 수립된 문재인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과 정책실장을 역임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우수한 정책들을 집행하는데 힘을 보탰다. 그러다가 청담동의 아파트 전세가를 1억 2천만 원(14%) 인상한 것을 이유로 불명예 퇴진했다. 잘못한 일이다. 퇴진할만한 일이었다.

 

이제 김상조에게는 두 개의 길이 있다. "더러운 길"과 "조금 어려운 길"이다. '더러운 길'은 명예는 더럽혀졌으니 주워담을 수 없으므로 재산이나 지키며 살자는 길이다. 더러운 길은 쉬운 길이다.

 

'조금 어려운 길'은 잘못을 바로 잡고 그가 지난 30년 동안 걸어왔던 길을 꾸준히 걸어가는 것이다. 21세기의 선비로서 그가 늘 걷던 길이다. 인간에게 잘못이란 나무에 생기는 옹이와 같은 것이다. 선비든 귀족이든. 잘못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중요하다. 반성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과도하게 인상했던 전세 보증금은 5% 이내로 조정하여 다시 계약한다. 기왕이면 인상 전 가격으로 다시 계약을 맺으면 더 좋다. 세입자가 원하면 계약을 갱신하면서 전세 기간을 다시 2년으로 인정해 주면 더더욱 좋다. 

 

그리고 학교로 돌아가서 후학들을 양성하면서 작은 땅을 구입해 가원을 운영하면 좋겠다. 땅을 가꾸며 학문을 닦으면 머리가 맑아져 더 뛰어난 정책들이 떠오를 것이다. 땅 위에서 고생하는, 대한민국의 주인인 시민들을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몸이 고달파지니 땀을 흘리며 힘든 시간도 잊을 수 있다. 자연과 대화하며 인간의 길, 선비의 길을 다시 물어봐도 좋다. 그렇게 맑은 정신으로 그가 걷던 길을 다시 걷는 것은, 그에게는 '아주 조금 어려운 길'에 불과하다.

 

그는 21세기의 선비이자 귀족이다. 못할 것이 없다. 또 다른 모습으로 시민사회에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그저 조금 어려운 길을 걸어주기를 기대한다.

 

모든 생명은 찬란하게 구부러져 산다. 옹이없는 나무는 없다. 반성하는 과정이 멋있으면 새로운 기회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