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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시

손톱을 깎으며_봉인근

            손톱을 깎으며

 

                                                       봉 인 근

 

매양 자라오는

나태와 무기력

그리고 반란없는 일상을

이토록 선명하게 절단할 수 있다면

끊을 수 있다면

 

마음이 가난한 자의 소심과

가냘픈 바람에도 흔들리는 마음을

 

뒤돌아 볼 때의 부끄러움과

앞을 조망할 때의 불안 마저도

깨끗하게 결별할 수 있다면


하여

스스로 세계의 가운데 설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살아가는 날들의 무의미와

의미만들기라는 삶의 무의미까지도

차갑게 돌려 세울 수 있다면

 

오래 자란 손톱을 자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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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오래된 친구의 시다.

굉장히 오래 전에 읽었었고,

오늘 다시 읽는다.

 

단 한 편의 시지만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있다.

 

세상 속에 살고 싶은 소박한 욕심도 채우지 못해

미처 삶을 다하지 못한 그가

끊어내려고 했던 그 모든 것들은,

사실 끊어낼 수 없는 것들이다.

 

다만, 그를 위로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부디 돌아오지 않는 그곳은

평화와 사랑과 와아가 가득하기를.

 

* 와아 : happ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