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을 깎으며
봉 인 근
매양 자라오는
나태와 무기력
그리고 반란없는 일상을
이토록 선명하게 절단할 수 있다면
끊을 수 있다면
마음이 가난한 자의 소심과
가냘픈 바람에도 흔들리는 마음을
뒤돌아 볼 때의 부끄러움과
앞을 조망할 때의 불안 마저도
깨끗하게 결별할 수 있다면
하여
스스로 세계의 가운데 설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살아가는 날들의 무의미와
의미만들기라는 삶의 무의미까지도
차갑게 돌려 세울 수 있다면
오래 자란 손톱을 자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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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오래된 친구의 시다.
굉장히 오래 전에 읽었었고,
오늘 다시 읽는다.
단 한 편의 시지만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있다.
세상 속에 살고 싶은 소박한 욕심도 채우지 못해
미처 삶을 다하지 못한 그가
끊어내려고 했던 그 모든 것들은,
사실 끊어낼 수 없는 것들이다.
다만, 그를 위로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부디 돌아오지 않는 그곳은
평화와 사랑과 와아가 가득하기를.
* 와아 : happ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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