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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역사이야기

왕건의 혼인정책과 재벌의 혼인정책_230926 martes, veintiseis de siptiembre_Вторник, двадцать шесть Сентябрь

모든 것은 세습된다. 자연물과 달리 사룸체들은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유전자를 전하는 방식으로 사룸을 연장하는 방식을 취한다. 사룸의 삶 자체가 세습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동물세계에서 수컷들이 사룸을 걸고 아름다운 몸과 멋진 뿔을 만들어내는 것에서 세습 구조의 처절함을 실감할 수 있다. 자신만큼 뛰어나거나 자신보다 더 훌륭한 짝을 만나서 더 멋진 후계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모든 사룸체의 소망이다.

 

태조 왕건은 29명의 부인과 혼인을 했다고 전해진다. 신라 경순왕 세력, 호족 세력과의 연합을 통해 후삼국을 통일하고 고려 왕조를 세울 수 있었던 힘이었다. 이런 혼인정책은 비슷한 세력들이 전쟁으로 충돌할 위험을 예방할 수 있었던 측면에서 한반도의 시민들에게는 다행스런 일이었다. 평화를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혼인 정책이 성공한 결과, 고려 왕조는 전쟁을 치르지 않고도 평화를 얻었고, 그 평화를 토대로 왕권을 강화하여 위협세력들인 호족들을 제거해 나갈 수 있었다. 권력투쟁의 과정이 이렇게 전개됨으로써, 한반도의 시민들은 피해를 적게 입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태조 왕건의 혼인정책은, 조선과 대한민국에도 계승되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로 과거의 정치세력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새로운 세력이 등장했다. 경제세력 즉 재벌이다. 어떤 통계에 따르면, 재벌가들은 90년대까지 정계(정치가, 고위공무원)와 약 30%에 이를 정도로 혼인을 했고, 같은 재벌가끼리 결혼하는 경우는 50%에 이른다고 한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돈을 벌려면 정계와 결탁해야 했던 것이다.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정착된 21세기에 들어서서는, 정경유착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서 10% 미만에 그치고 있지만, 재벌가끼리의 결혼은 50%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정경유착 혼인의 두 가지 사례가 있다.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이 70년대에 당시 회사의 감독기관이었던 교통부의 차관 딸인 이명희와 결혼을 해서 오늘날의 대한항공을 키운 것이다. 대한항공은 시민들의 항공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본에 의해 설립된 개인회사일 뿐니다. 정략 결혼의 지원을 받은 것도 사실이고, 대한항공 이전까지 항공사들이 경영에 실패하면서 국적 항공사가 발전하기 어려웠을 때, 대한항공은 조양호와 이명희의 정경유착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두번째 사례는 SK 최태원 회장과 노태우 대통령의 딸 노소영의 결혼이다. 지금은 이혼소송중이기는 하지만 섬유 기업이었던 선경이 독과점 지위를 인정받으며 이동통신사업자가로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정경유착의 결과였다. SK는 이동통신사업을 기반으로 해서 반도체 사업까지 진출해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어, 많은 해악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주요한 기틀이 되었다.

 

태조 왕건의 혼인정책이, 권력 투쟁의 억울한 희생자를 최소로 줄인 효과가 있었다면, 대한민국의 정경유착 혼인정책이나 재벌가 혼인정책은 어떤 효과를 가져왔을까?

 

유일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경제 성장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한정된 자원이 사치향락에만 쓰인 것이 아니라 재벌이라는 대기업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물론 한정된 자원이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에 의해 쓰여졌으면,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은 더 빨라졌겠지만, 제3세계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시민들을 위해서 쓰여야 할 자원들이 전쟁이나 독재자의 뱃속으로 사라져버린 것에 비하면, 유용하게 쓰여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경유착 혼인정책과 재벌가의 혼인정책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사룸체를 뛰어넘지 않고서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다. 혼인정책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필요는 전혀 없다. 대한민국이 감시해야 할 것은, 공정한 거래질서와 합의된 법률을 회피하려는 범죄이다. 지금까지 잘 해 왔고, 이재용을 비롯한 수많은 재벌가의 총수들이 전과자가 되었다.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이런 전례들이 쌓여서, 재벌가나 정치가들도 감옥에서 죄지은 대가를 완전히 치를 때까지는 자유를 얻지 못하게 되는, 형평성 있는 범죄와 형벌 체계가 만들어 질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으로 태조 왕건의 아들-손자-증손자 시대까지 계속된 권력투쟁은, 그들 스스로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정재계의 정략 결혼은, 계속해서 희생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부모에 대한 사람의 도리도 지키지 못하는 참극들이 재벌가와 정치인 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성과가 있으면, 반대급부도 반드시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사는 세상이다.

 

확인해 보지는 못했지만, 틀림없이 달마대사의 상이다. 인도에서 넘어 온 불교가 중국에 뿌리내리면서 베트남까지 전래되어 선종의 개창자인 달마대사를 숭배하게 된 모양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원래 달마대사는 멋진 사람이었는데, 다른 스님이 달마가 면벽 수행 중 중생의 문제를 해결하러 간 사이에 자기 몸을 버리고 달마 대사의 몸으로 들어가서, 그의 몸을 대신받아 흉측하고 못생긴 몸이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