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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시

도토리밥

                  도토리밥

                                           허 림

 

시집갈 때까지 쌀 서 말을 못 먹었지

뭉심이나 콩갱이 투생이가 낯설지 않았어

다 이렇게 먹고사는 줄 알았지

가을 해는 짧고 겨울바람은 황소처럼 식식거렸단다

둥구리마다 강냉이 채우고 구데이마다 감자를 묻고

김치곽에 동치미며 짠지 해 넣으면

뒷산 갈보대기 도토리 줏으러 가는 게 일어었단다

온 식구가 들러붙어 주루먹에 잘구에 그득 담아 지고이고

집구석에 들어서면 도토리묵 같은 저녁이 와 있었지

강냉이밥에는 감자가 달처럼 뜨고 

빠글장에 비벼 허겁지겁 먹고 나면 저절로 눈이 감겼단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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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잊혀진 일이 되고 나니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시가 되고 

가슴이 시리다.

 

사룸life에 대한 연민이 살아있을만큼,

꼭 그만큼만 풍요로워야 한다.

 

눈을 들어 가슴이 뜨거워지는 곳을 바라봐야 한다.

 

무주 최북미술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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