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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륵도 달아길 ] 즐거워하는 모습만 봐도 우리의 앞날이 밝다_260209

아침에 그리미가 오늘은 도저히 못걷겠다고 한다. 자동차 여행을 하기로 했다. 달아길은 포기하고 미륵도 해안도로 여행을 하기로 했다. 약을 먹고 약을 바르고, 바닷가 숙소로 옮겼다(6만원인데, 이틀을 잔다고 하루는 5만원에 해주셨다. 바다사랑모텔사장님 짱. 아침을 샐러드로 먹다가 도넛으로 먹고 나니 속이 니글거린다. 컵라면도 이틀을 먹었더니 속이 힘들어서 먹지 않았더니 더 그런 모양이다.

 

차를 몰고 달아공원 전망대로 갔다. 20분여를 산책했고, 바다는 예쁘게 반짝거렸다. 이 작은 섬에 걷기길이 많은것을 보니 결코 작지않은 섬이다. 그리미는 걸으니까 걸을만하다고 한다. 진통제의 효과가 나타나는 모양이다.

 

척포항 바닷길로 갔다. 산길을 걷기 전에 평지를 걸으면서 몸상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왕복 45분을 평화로운 바닷길을 걸었다. 할머니 한분께 인사를 드렸더니, 뭘보러 왔느냐고 물으신다. 따뜻한 바다를 보러 왔다고 했더니, 매일 보는 바다라 볼것없다고 하신다. 통영은 바다도 있고 산도 있어서 좋다고 말씀드렸다.

 

미래사로 가다가 굴국밥집이 눈에 들어왔다. 미륵도 우아한 주모국밥. 통영에 왔으니, 굴국밥을 먹자. 돼지국밥(만원)과 굴국밥(9천원)을 시켰는데, 음식도 깔끔하고 맛있다. 막끌리네 대구뽈집에 이어 부담없이 먹는 집이다.

 

밥을 먹고 꼬불탕거리는 차를 끌고 올라갔다. 차를 대고 미륵불 전망대로 걸어갔다. 편백나무숲이 200미터 이어져있는데, 그늘이 져서 서늘하다. 아니 춥다. 이제 몸을 덥혔으니 미륵산을 올라야 한다. 어제 발암산길과 달리 정비가 잘 되어 있다. 용화사로 오르는 길은 험하지만, 미래사에서 오르는 길은 불과 1.2km라 짧고 숲길도 좋다.

대부분의 길은 솔잎과 야자매트로 덮여 있어서 부드러운데, 가뭄이 심해서인지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길도 있다.

 

제임스 허튼(James Hutton, 1726~1797)은, 스코틀랜드의 시카 포인트라는 곳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놓인 바위층을 발견한다. 수평으로 흙들이 쌓이고 눌려 바위가 되고, 이 바위가 하늘높이 세워지기도 하고, 비바람에 깎이기도 한다. 이 모든 바뀜은 수백만년이 걸리는 일이다. 매년 1mm의 흙이 쌓인다면, 1km의 흙이 쌓이려고 해도 백만년이 걸린다. 바위에서 흙으로 바뀌려면 천만년은 걸려야 할것으로 미생했다.

허튼은, "우리는 시작의 흔적도, 끝의 전망도 볼 수 없다"고 탄식했다.

 

케이블카가 있다고 해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정말 좋았다. 360도 서라운드 뷰를 감상할수 있는곳. 한산대첩의 승리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듯하다. 봉수대의 신호를 올리던 병사들의 마음은 얼마나 기뻤을까. 왜놈들을 박살내버렸으니. 전쟁으로 뭘 얻으려는 놈들은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한다. 끌려나온 시민들이 안타깝기는 한다.

 

부산에서 온 대학생들이 사진을 멋있게 찍어줘서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통영에 왔으니 꿀빵과 충무김밥을 꼭 먹어보라고 권한다. 알았다고 했다. 친구들과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니, 우리의 앞날이 밝다.

 

산불감시소에 내려갔다. 일흔의 나이에 아침 8시부터 이 산길을 올라 산불감시를 하고 계시단다. 봄철이면 진달래와 한려수도, 한산대첩의 바다를 보러 수많은 사람들이 올라온다고 한다. 오늘은 정말 한가하고 좋은 월요일이다. 아, 월요일이지.

 

미륵산을 다시 한번 즐기고 난뒤에 미래사로 다시 내려간다. 산책로가 많아서 이번에는 다른길로 내려간다. 휴게장소에서 은퇴하고 통영으로 내려오신 분과 만났다. 여행을 다니다가 통영이 너무 좋아서 2년전에 내려오셨다고 한다. 사량도 옥녀봉과 한산도를 꼭 걸으라고 하신다. 안그래도 광주를 만나러 사량도에 가야 한다. 3월이 될지 11월이 될지 모르지만 그래, 사량도를 가자.

 

디피랑길 1주차장에 차를 대고 충무김밥을 사러갔다. 포장을 하려다가 보니 어느덧 5시 반. 먹고 가기로 했다. 맛있었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어라, 미륵산에서 만난 학생들 네명이 우르르 들어온다. 세상에 이런 인연이. 반갑게 인사하고 또 헤어진다. 언젠가 또 만나게 되겠지. 땅콩빵과 꿀빵과 물메기포를 사가지고 호텔로 돌아왔다.

 

커다란 욕조에 차가운 몸을 덥히고 있으려니 하늘나라가 따로 없다.

아윌 밋츄엣 믿나잇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