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잠이 채 깨지도 않았는데, 아르주나 산과 브로모 산을 보러 호텔지붕으로 올라갔다. 루프탑 전망대를 갖춘 호텔에서는 날이 흐려서 세개의 산을 볼수가 없었다.
오지 않을 것같던 이곳에서의 마지막 날이 왔다. 더 이상 호텔에서 아침을 먹지 않는다. 기내식으로 두번의 아침 식사를 해결하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맛있게 먹어야겠다.
이틀동안 먹지 않던 쌀국수를 먹었다. 숙주와 청경채가 들어간 쌀국수가 맛이 좋았다. 떠나는 날의 아쉬움이다. 수박-메론-파파야는 질리게 먹었고, 닭고기는 쳐다보기도 싫다. 오렌지와 구아바 쥬스도 시리게 마셨다. 복숭아향 비슷한 구아바맛, 돈을 주고 사먹지는 않겠다. 있으니 호기심에 마신다.
해가 너무 뜨거워서 마지막 수영은 포기한다. 자카르타에 가서 하자.
너무 늦어서 할수가 없었다.
호텔에서 말랑의 압둘 공항까지는 20분 남짓 걸렸다. 시골의 국내선 공항이라 매우 여유있게 체크인을 하고, 한참이나 기다렸다. 10분 이상 연착이란다. 비행기에 타자 물과 빵을 준다. 10만원이나 하는 비행기값에 비하면. 자카르타 공항까지는 1시간을 비행한다. 자와섬의 높은 산들이 비행하는 내내 구름을 뚫고 올라와 잘가라고 인사를 한다. 하늘에 떠있으니 깨끗해서 좋았다. 기류는 매우 불안정하다. 자와섬 전체를 구름이 감싸안고 있다.
자카르타의 HLP 공항도 작은 공항이다. 활주로를 100여미터 걸어서 가방을 찾으러 갔다. 10분 정도 있으니 가방이 도착했다. 3시 도착예정이었는데, 3시 반이다. 호텔로 가면 배가 고플테니 저녁겸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공항 건너편에 작은 식당들이 있다. 시원한 인도네시아 식당으로 들어갔다.
기대하지 않고 생선수프와 닭고기밥을 주문했다. 한참을 기다려서 주문한 요리가 나왔다. 어, 이거 괜찮네. 사진을 찍거나 하는 여유를 부리지 않았으나, 커다란 물고기가 반토막 난 채 양파, 파, 마늘, 청경채와 함께 끓여져 나온다. 깔끔한 지리다. 밥도 한접시 나와서 싸가지고 온 김가루를 뿌려서 먹었다. 최고다. 닭고기 자라다 만 닭이 아니라 커다랗게 자란 닭의 다리 하나를 기름에 튀겨 내왔다. 고소하다. 이럴수가. 이렇게 맛있게 요리를 할수 있는데, 왜? 잘 먹었다. 15,000원.
그랩을 불렀다. 30만루피. 27,000원. 차가 엄청 밀린다. 비가 쏟아진다. 시원하다. 자카르타는 매우 어두운데도 하늘에 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자와섬 전체가 구름에 덮여서다. 70분에 도착한다고 하더니 2시간 만에 FM7 호텔&리조트에 도착했다. 거대한 호텔이었다. 로비가 몇개인 모양이다. 그랩 기사도 안내를 받아 간신히 메인 로비에 도착했다. 영어는 알아들을수 없다. 옆의 백인들은 잘 알아듣는 것을 보니, 내 영어의 문제다.
방에서 담배 피면 100만 루피의 벌금이 있으니 서명하란다. 했다. 아침 7시 비행기니까, 오전 4시에 셔틀을 타란다. 아니, 새벽에도 붐비냐고 했더니, 낮보다는 괜찮겠지만 장담할수 없으니 일찍 가란다. 헐, 3시 반에 일어나서 준비해야 한다. 이런게 싫어서 화산일출여행도 하지 않았는데. 집에 가야하니 어쩔수가 없다.
맥주를 사러 나왔다. 매점에서 파는 빈땅 300ml가 4만루피(3,600원). 이번 여행에서 제일 잘한 일은 소주를 1.2리터 챙겨온 일이다. 배는 불렀지만 일찍 자야해서 다 마셔 버렸다. 자와섬에서의 마지막 일기를 쓴다. 방이 너무 좋았다. 넓직한 방을 예약하기는 했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새벽에 나가기에는 아까운 방이다. 집에 가야하니 어쩔수 없다.
샤워기 필터를 끼울까 말까 하다가 끼웠는데, 벌겋게 변한다. 헐.
책좀 보다가 일찍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