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원은 농사짓는 규모로 보아 소농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들이 먹고도 충분한 양이 남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왜 팔 수 있는 농산물이 없을까요?
이번 김장을 하면서 심현의 가족 나누기 셈법을 보니
도저히 남길 수 있는 농산물이 생기지를 않겠더군요.
먼저 직계인 우리 삼남매 열 명의 1년치 김치와 곡물을 챙깁니다.
그리고, 아버님의 형제분들 세 분 부부를 챙깁니다.
그 형제분들의 자제분들 그러니까 우리 사촌들 대여섯분을 챙깁니다.
그다음에 어머님의 형제분들 세 분의 부부를 챙깁니다.
오래 전에 큰 수술을 하신 조카딸과 사위를 챙깁니다.
그리고, 큰사돈(우리 장인어른)과 그 자제 다섯 분을 챙깁니다.
또한, 작은사돈(동생의 장인어른)댁을 챙깁니다.
먼 친적 되시는 어른 두 분을 챙깁니다.
부모님께 자주 교류하시는 친구 세 분을 챙깁니다.
이런 식으로 주욱 나열하다 보니
심현에게는 남는 농산물이 있을 수가 없더군요.
농지를 지금보다 두 배는 늘려야 할 모양입니다.
실제로 지금보다 두 배의 농사를 지었던 보은에서는
추수 때마다 이리저리 배달을 다녔는데,
이제는 가족들에게 분배하는 것으로 모든 상황이 끝나 버립니다.
무일 마저 합류하여,
주변에 인사해야 할 분들이 더 늘어났으니
금년 겨울에 어떻게 하든 농지를 늘려야 할 모양입니다.
심현의 호연지기로 인하여 우리가 안고 있는 이 문제,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