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시
도토리밥
무일대금
2022. 8. 29. 17:55
도토리밥
허 림
시집갈 때까지 쌀 서 말을 못 먹었지
뭉심이나 콩갱이 투생이가 낯설지 않았어
다 이렇게 먹고사는 줄 알았지
가을 해는 짧고 겨울바람은 황소처럼 식식거렸단다
둥구리마다 강냉이 채우고 구데이마다 감자를 묻고
김치곽에 동치미며 짠지 해 넣으면
뒷산 갈보대기 도토리 줏으러 가는 게 일어었단다
온 식구가 들러붙어 주루먹에 잘구에 그득 담아 지고이고
집구석에 들어서면 도토리묵 같은 저녁이 와 있었지
강냉이밥에는 감자가 달처럼 뜨고
빠글장에 비벼 허겁지겁 먹고 나면 저절로 눈이 감겼단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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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잊혀진 일이 되고 나니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시가 되고
가슴이 시리다.
사룸life에 대한 연민이 살아있을만큼,
꼭 그만큼만 풍요로워야 한다.
눈을 들어 가슴이 뜨거워지는 곳을 바라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