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다 끝나간다, 책이. 이 정도 되면 감이 와야 하는데. 이건가.
"환희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무엇인가를 인식하는 것이며, (중략) 환희의 순간은 젊음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무리를 지어 나타난다. (중략) 젊음은 행동이 놀이가 되는 곳마다 존재한다. 젊음은 다른 어떤 것을 위해서가 아닌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행동을 하는 곳마다 존재한다." (206~7쪽)
달리면서 즐거워 하는 어린아이와 개를 보면 환희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된다. 아무런 의미 없는 달리기 그 자체. 달리기가 시작되면서 나오는 환호성. 달리기는 달린다는 행위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라는 것일까. 물론 그렇다. 아무래도 뭔가 낚인 것같다. 그냥 달리기는 그 자체로 즐겁다고 하면 될 것을, 도구적 가치를 가지는 달리기가 아닌, 달리기의 본질 즉 내재적 가치가 있다고 사기를 치는 것이 아닐까. 마크가.
뭔가를 이야기하는 데 알아듣지 못하는 것만큼 답답한 일은 없다. 두 번 세 번 이해할 때까지 읽을까. 달리기의 본질을 알아내기 위해서. 실패한 두 번의 하프코스 도전이 생각난다. 완주했으니 성공했다고 할 수 있으나 그 과정이 너무 처절했고 기록도 형편없었다. 코스의 문을 닫고 난 뒤에 들어왔으니까. 다시 한 번 도전해 볼까. 하프코스 110분. 세 번 정도 성공하고 나면 풀코스에도 도전해 보자. 달리는 동안 어떤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 새벽에 한 시간 정도 달리기를 하고 나면 오전 내내 온 몸이 나른해지면서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 다시 달리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달리고 싶다는 욕망도 일어났었다. 나른한 행복감 때문에. 이 책이 나에게 주는 것은 그것이다. 먼 옛날 하프코스를 연습하면서 달렸던 안개낀 길에 대한 기억을 찾아 주었다. 다시 돌아가자, 무작정 연습했던 그 시절로.
"(하이데거가 말한 도구적 가치가 판을 치는 닦달의 시대가 아닌 다른 시대의)부모님은 이렇게 말했을지 모른다. '너에게 놀이가 되는 것, 그 자체 때문에 하는 것을 찾아라. 그리고 그것을 할 때 너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사람을 찾아라. 돈이 얼마가 되더라도 그 자체 때문에 하는 것을 좇아야지 돈을 좇아서는 안 된다. 항상 일이 아니라 놀이인 것을 찾아라.' 나도 내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244쪽)
불과 몇 십 쪽을 남겨두고 덮을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건너뛰듯 읽기로 했다. 그가 느낀 모든 사유를 다 내 것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딱 맞아 떨어지는 공감의 순간이 있다. 언제나 아이들과 나누는 이야기.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하고, 그 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생계의 방편을 찾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도록 하자. 그러면 삶이 놀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놀면서 환희를 맛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삶의 따스함과 벅참을 즐기며 사는 것은 얼마나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그렇게 함으로써 무사히 끝을 보았다.
"환희는 삶에서 그 자체로서 가치 있는 것, 삶에서 사랑할 가치가 있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중략) 환희는 행동을 인식하는 것이다. (중략) 그것은 삶의 의미와 목적이 멈추는 곳을 인식하는 것이다." (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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