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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크로아티아 여행 바이블 1_오동석_150911~150930

발칸반도는 화약고였다. 여행 프로그램 하나가 우리의 이런 생각을 경치가 아름다운 천국으로 바꿔 놓아 버렸다. 그런데 이미 그곳에서 많은 여행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있었다. 지난 십여 년을 이런 사람들의 뒤를 쫓아다니며 여행을 하는데 정말로 끝도 없다. 오동석도 그런 사람의 하나다.

 

"발칸에는 판타스틱 포(fantastic four)라 할 수 있는 4개의 명소가 있다.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호수, 포스토이나 동굴.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국립공원과 아드리아 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이다." (4쪽)

 

겨울이 가장 시간이 많이 남기 때문에 여행을 많이 하게 되고, 북반구는 비수기라서 여행 경비도 제법 줄일 수 있고, 복잡한 인파에 떠밀려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며, 해가 짧아서 저녁 시간을 여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다. 너무 추워서 제대로 돌아다닐 수 없다는 것과 짐가방이 무겁다는 것은 단점이다. 게다가 위에서 이야기 하는 환상의 4경 중 2경은 별 볼일 없는 삭막한 풍경만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어서 여정으로 잡아야 할지 말지 고민이 된다. 비교적 따뜻한 아드리아해를 오르 내리며 바다와 디나릭 알프스나 즐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먼저 크로아티아는 슬라브족의 하나인 크로아트족의 나라라는 뜻이며 넥타이와 샤프펜슬의 원조국이자 달마치안 지방의 달마시안이라는 개로 유명하고, 마르코 폴로의 고향이라고 한다. 유럽인들에게 제주도와 같은 나라라고 하니 정말로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모양이다.

 

"내륙에서 바다로 가려면 디나릭 알프스를 넘어야 된다. 갑작스레 수백미터 아래 펼쳐지는 아드리아 해는 장관을 연출하며 절벽아래 에메랄드빛을 발산하는 바다와 크고 작은 섬들이 어우러져 기막힌 풍경을 만들어 낸다. (중략) 아드리아 해를 끼고 1,000미터에서 1,700미터가 넘게 불뚝 솟은 석회암 산들이 바다를 따라 내달리는 디나릭 알프스는 보기 드문 경관을 선사한다." (20쪽)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와 불가리아의 소피아를 꼭 가 보고 싶은데, 거의 1천 km가 넘는 길을 운전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다. 그러다가 문득 야간 기차를 타고 다녀오면 어떨까 싶었다. 자그레브에 도착해서 하루 정도 푸욱 쉰 다음에 바로 부다페스트로 갔다가 돌아와서 발칸을 돌다가 사라예보에서 소피아를 역시 야간 열차로 다녀오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가 소개하는 곳을 따라가 보자.

 

1. 자그레브(Zagreb) - 180km - 오파티야(Opatija) - 85km - 로빈(Robinj) - 50km - 모토분(Motovun) - 30km -  포레치(Porec)

 

1-1. 오파티야(Opatija)

 

Opatija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왕족과 귀족들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거주했던 곳으로 '수도원'이라는 뜻이며, 14세기에 베네딕트 수도원이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크로아티아의 모나코라고 하며 당시 지어진 궁전과 같은 건물들이 많고 현재는 호텔과 카지노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13km에 이르는 긴 산책로가 해안을 따라 만들어져 있고, 운치있는 카페가 많다고 한다. 차를 타고 해안가를 달리다가 날이 따뜻하면 산책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1-2. 로빈(Robinj)

 

내륙과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이었는데, 바다를 메워서 육지가 되면서 이스트라 반도의 일부가 되었고, 그곳을 티토 광장이라고 부른다. 2008년부터 매년 여름에 사진 페스티벌이 벌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로빈은 새이름이기도 하다. 18세기 나폴레옹이 베네치아 공화국을 해체할 때까지 약 800년간 베네치아의 지배 아래 있었다. 발비아치(Balbi Arch)는 도심으로 들어가는 문으로 밖에는 투르크인이 안에는 베네치아인이 장식되어 있다. 17세기 오스만 투르크가 발칸을 지배했을 때 유일하게 남겨진 곳이 이스트라 반도였다. 그리시아(Grisia)를 따라 중심으로 가면 성유페미아 성당이 있는데,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시절에 전쟁의 신 아레스에 대한 제사를 거부했다고 해서 원형경기장에서 야생곰에게 물려 죽이게 했다는데, 정말 그렇게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

 

성당의 종탑은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의 종탑을 62미터로 축소한 것이라고 한다. 로빈의 골목길은 매우 낡고 오래된 삶의 모습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빨래물을 창밖으로 그냥 버리므로 물벼락을 맞을 수도 있다고 하니 주의해야 한다. 한겨울에 더러운 물을 뒤집어쓰면 곤란할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슬라브인들은 음식이 맛이 없으면 돈을 받지 않는 풍습이 있고, 체코에서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맛을 엄정하게 평가해 볼만한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음식이 빨리 나오고 빨리 치워지므로 포크와 나이프를 한쪽으로 정열해 놓으면 다 먹지도 않은 음식을 말도 없이 치울 수 있다고 한다. 배가 고프지만 않다면 재미있는 봉변일 수도 있을 것이다.

 

1-3. 모토분(Motovun)

 

Motovun은 내륙에 위치해 있으며 천공의 섬 라퓨타의 영감을 받은 곳이라고 한다. 블로거 '샴페인수퍼노바'의 여행기에서 1차 정보를 얻었다. 송로버섯(truffle)로 유명한 곳이라 스테이크 같은 요리를 시켜도 함께(with truffle) 장식되어 나온다고 한다. 산 정상에 위치한 마을이다 보니 산책을 하며 주변의 경치를 둘러볼 수 있는 특이한 곳이다.

1-4. 포레츠(Porec)

 

Porec의 올드타운은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아담하다. 로빈에서 더 위쪽에 있는 바다를 끼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로빈이 비싸면 이곳에 숙소를 정하고 로빈까지 둘러보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매우 허름한 도시라서 겨울의 황량함이 더할 수 있을 것이다.

 

2. 자그레브 - 130km - 플리트비체(Plitvice) - 120km - 자다르(Zadar) - 80km - 스크라딘(Skradin) - 65km - 뜨로기르(Trogir) - 23km - 살로나(Solin) - 8km - 스플리트(Split) ) - 170km - 모스타르(Mostar) - 85km - 네움(Neum) - 65km - 두브로브니크(Duborvnik) - 23km - 카브타트(Cavtat) - 77km - 꼬토르(Kotar) - 255km - 사라예보(Sarajevo) - 402km - 자그레브(Zagrev) : 약 1,500km

 

크로아티아의 겨울은 해가 짧고 춥기 때문에 장사를 하지 않는 주민들도 많지만 관광객이 적어 한가하고 호텔비가 저렴해져서 한적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 동해안을 여행하듯이 자그레브에서 출발하여 몬테네그로의 꼬토르까지 내려왔다가 사라예보를 거쳐 자그레브로 돌아가는 아드리아 해안 여행을 하는 것도 겨울여행으로는 좋을 것이다. 만일 자그레브에 도착해서 날씨가 좋다면 먼저 사라예보를 거쳐 꼬토르로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것도 좋다. 다만 렌트카를 공항에서 빌려야 하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할 수 없는 것은 문제다. 장기예보를 보고 예약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차피 날씨는 신의 영역이다. 주시는대로 받되 최대한 따뜻하게 여행하고 싶다. 이런 일정을 짜두고 자그레브에서 부다페스트는 돈과 시간이 들더라도 유로스타를 타고 다녀와도 좋을 것이다.

 

열흘 동안 약 1,500km를 자동차로 이동하면 하루에 150km를 이동하는 것이라서 부담스러운 거리는 아니고, 꼬토르에서 사라예보를 거쳐 자그레브로 오는 일정이 약 750km로 전체의 절반이기 때문에 이 부분만 지루한 여행을 하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7일동안 750km고 나머지 사흘에 750km를 주파하는 것이니 힘든 일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자그레브와 부다페스트는 5일 동안 돌아다니면 왠만큼은 즐길 수 있을 것이다.


2-1. 자다르(Zadar)

 

Zadar는 니콜라 바시츠(Nikola Basic)가 2005년에 해안가에 만든 바다 오르간이 유명한데 해안 산책로를 따라 길이가 다른 파이프들을 75m 길이에 걸쳐 수직으로 박아 놓은 조형물이다. 특별히 아름다운 음악이 기대되는 것은 아니지만 해지는 노을을 바라보면서 바다가 들려주는 음악을 듣고 'Greeting to the Sun'이라는 또다른 빛나는 설치 예술을 볼 수 있어서 좋다. 태양계의 행성들을 만들어 놓았다고 하니 어린아이들에게는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다. 다 큰 어른인 우리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하나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음악회가 열리는 장소로 사용되는 성 도나트 성당과 동방정교에서 약사여래처럼 왼손에 약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 성 아나스타샤 성당이 있다. 중세 마녀 사냥이 한창일 때, 허브를 이용해 사람들의 치료를 도왔던 그녀도 이교도의 의학을 한다는 이유로 잔인하게 죽였다고 한다. 자다르는 달마치아 해안 도시 중 가장 중요한 곳이었는데, 배들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그 지위를 잃어가다가 관광 요소들이 만들어지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2-2. 스크라딘(Skradin)과 크르카(Krka)휴게소

 

자다르에서 스크라딘으로 가는 길에 들르는 크르카휴게소에 바라보는 스크라딘과 교량의 모습이 매우 환상적이라고 한다. 크르카는 국립공원이 있다고 한다. 만일 시간이 없다고 생각되면 휴게소에서 쉬면서 경관을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2-3. 뜨로기르(Trogir)

 

Trogir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그리스 시절부터 번성했던 도시다. 지진 피해까지 겹치며 쇠락했으나 오랜 도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시청 광장의 성로렌츠 성당이 볼만한데, 입구에 라도반이 만든 아담과 이브의 조각은 달마치아 지방 최초의 나체상이라고 한다.

 

 

- 크로아티아 여행바이블 / 글 사진 오동석 / 서영출판사 / 2013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