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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너무 재미있어, 나도 쓰고 싶어_1만 시간동안의 아시아와 남미, 박민우

작년이겠지? 처제가 선물한 것 같은데? 정말 기억력 떨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기다. 한비야의 여행기를 읽지 않았으니 순전히 내 수준에서의 평가다. 에피소드의 결정체다. 찌질함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재미있는 예술이다. 이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누구나 궁금했지만 아무도 알 수 없었던 방콕의 비밀을 본문도 아니고 참고 정보로 처리했는데도 매우 재미있다.


'방콕의 정식 명칭은 '끄룽텝마하나콘아몬라따나꼬신마힌타라유타야마하딜록폽노파랏랏차타니부리롬우돔랏차니마하사탄아몬피만아와딴사팃사까타띠야위사누깜쁘라(천사들의 도시, 위대한 도시, 영원한 보석의 도시, 인드라신의 난공불락의 도시, 아홉 개의 귀중한 보석이 기부된 세상의 위대한 수도, 행복한 도시, 환생한 신이 통치하는 풍요로운 천상의 집을 닮은 거대한 왕궁, 비슈누신의 업에 의해 세워진 도시)다.'


모두 여섯 권이나 되는 남미와 아시아를 며칠 만에 읽어댈 수밖에 없다. 가히 여행기의 조정래라 할 것이다. 게다가 박민우는 삼양동 출신으로 무일의 자랑스런 후배다. 만나본 적도 없지만 밭과 산동네와 학교와 더러운 아이들에게서 찌질함과 감성과 유머를 배웠을 것이다. 무일은 지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안좋은 지역에서는 정신이 썩기가 매우 쉽다. 물론 그의 여행기에서 내가 얻은 정보는 거의 없다. 정보를 주기 위한 여행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왕 한 세상 사는 것 부처님이나 예수님처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우리나라 하나만은 좀 제대로 만들고 떠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럴만한 역량도 안된다는 것과 내가 꿈꾸는 세상과 다른 사람의 꿈이 서로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너무 오랜 세월이 걸렸다. 그럴바에야 이 친구들처럼 살아야 했을 것이다. 깨달음이 좀 희미해서 현실 파악이 덜 된 상태에서 박민우 보다 먼저 스콧 니어링을 만나 버리는 바람에 4시간 일하고 4시간 공부하고 4시간을 산책하고 이야기 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해 버렸다. 30대 초반의 늦은 나이다. 40대 후반에 박민우를 만나서 바람 든 꼰대가 되어버렸다. 너 뭐하니, 놀러갈 준비해.


'중앙아시아를 접수할 2인조 여행단의 현재 상황


[카즈마]

세 차례에 걸친 대수술을 끝냄. 항생제와 통증완화제 복용 중. 엄밀히 말하면 아니, 엄밀하게 말할 필요도 없이 병자. 언제 재발할지 모름. 당분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확실한 현재 상태. (중략)


[박민우]

태국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오른쪽 팔과 다리 부상. 매일 소독하며 비명을 내지르고 있음. 외적으로 볼땐카즈마보다 50% 더 처참함.'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에피소드들이 전개된다. 많은 것을 느끼는데 굳이 여기에 밝혀 둘 필요없는 우리들이 모두 느끼는 두려움, 당혹감, 긴장, 기쁨, 슬픔, 황당함 등등의 연속이다. 그럼 한 번 더 읽을래? 그럼 지금 두 번째 읽고 있는거다. 물론 태국을 중심으로 한 주변부만. 언제고 그가 다닌 모든 여행 루트를 다 돌아볼테니 결국은 두 번 이상은 읽게 될 것이다. 명작이다. 나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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